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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는 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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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4 오후 10:46:57
찬란하던 대동아공영권이 귀축영미의 손에 망하고, 고오귀한 반인반신 스스로 만세일계 그딴 거 없다며 전세계에 나발을 분 병술년 저녁 쇼와는 난생 처음 싸구려 돗대를 꼬나물었다.

그래, 가끔 생각한 대로 만세일계는 좀 아니지.

헌데 코쟁이 쇼군 실실 쪼개는 낯은 왜 그리 잣 같았을까?

이래 뵈도 존나 쩌는 핏줄인데 뭐가 잘못 돌아가서 남의 나라 군바리한테 굽신거려야 했나.

사실 말은 그리 해도 답은 뻔하다. 뭐? 신이 보우하는 나라? 지랄, 몽골이 오다가 바다로 꼬라박은 건 그냥 오던 쪽이 운 존나 없었던 거지. 지는 대체 뭘 잘못 쳐먹어서 대본영 그 빡빡이 새끼들을 오냐오냐했던가.

빡빡이들 줄 세워놓고 하라키리 이어달리기를 봐야 속이 풀릴 텐데, 쇼와 본인이 그리 안 해도 전부 목메달 받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지라 눈물만 난다.



"진짜 이 새끼나 저 새끼나 씨발 하나 같이……."

"폐, 폐하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어 좆까, 전에 맥가 앞에 같이 갔을 때도 그리 챙기지 그랬냐?"



뒤의 수행원이 치근거리자 쇼와는 기다렸던 빼애액을 시전했다. 틀린 말도 아니지.

주변에 있는 새끼들이 정말 황가한테 충성 깊었다면 애초에 이 난리 안 났다.

힛통도 베를린 털릴 때 마찬가지였겠지. 좋은 양반들은 일찌감치 다 죽고 주변에 눈치만 있는 병신 반, 눈치도 없는 병신 반만 남아서……. 도쿠가와는 망하기 전에 신선조라도 있었는데, 황군이 걔네만큼 할 건 했다 변명하면 아마 죽은 메이지가 제 유신 까지 말라고 죽빵을 날리겠지.

선조님들, 유신지사 여러분들 정말 죄송합니다. 이 쇼와 사람 보는 눈이 없어서 당신께서 가까스로 만든 제국 하나 제대로 멸망시켰습니다.

솔직히 이리 될 줄 알았다면 도쿄 노릇노릇해졌을 때 도쿠가와 코스프레해서 곱게 항복했어야.



"그런데 이 담배 왜 이리 독하냐."



말보로라 했던가. 맥가 만났을 때 개인적인 선물로 받은 뻘건 담배인데, 반도 안 태웠어도 눈 앞이 돈다.

누가 귀축영미 물건 아니랄까봐 후소 땅의 고귀한 몸은 안 받는 건가 싶은 순간, 점차 눈 앞이 새까매졌다.

그 순간 쇼와의 머릿속에 두 글자가 지나갔다.

'독살'

씨발 이게 미리견식 마무리냐? 힛통 뒤지고 무대리 뒤졌는데 나 혼자 산 게 그리 아니꼬웠냐? 도조 넘겨줬잖아! 니미 씨발 이건 아니지!

주마등이 스치더니 초능력이 각성한다. 아 아무로, 시간이 보여요. 다음 날 신문에 쇼와 덴노가 심장마비로 명을 다했다고 대문짝만하게 나오고, 반 만 년의 정강된 욱일기 대신 푸르딩딩한 미리견 깃발이 온 열도에 펄럭이고. 어어, 둘 다 원래 30년 정도 뒤에 있어야 할 일 아닌가?





"아니 그래도 왜 하필 담배인데, 양키 쇼군 이 새끼야 이건 좀 아니지, 야 잠만 야 야……."



쇼와는 그렇게 비틀비틀 넘어가나 싶더니 어느 샌가 침대에 곱게 누워 있었다.

냅다 일어나 달력을 보니 1941년 11월이란다. 문득 손에 쥔 것을 보니 맥가가 준 그 담배라.

역행? 쇼와 본인이 독살 직전 정말로 초능력을 각성했던가, 아니라면 아마테라스 오미카미께서 후손들을 버리지 않았던가.

싸구려 탐정짓은 집어치자. 어리버리탈 틈이 없다. 누가 줬던 간에 이 기회 버리지 않으리라.

더는 처음 보는 양키 앞에 굽신거리지 않겠다. 할 일은 존나 많다.

쇼와는 아까 그 눈치만 많던 수행원을 불러 대본영에 바로 가자며 들볶았다.

순간 그 수행원 눈에 이 양반 미치셨나 왜 거기로 직접 납시겠다는데?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년도를 생각하면 당연하다.

신경 안 쓰고 연락 없이 대본영 본부로 납신 쇼와를 본 군복 빡빡이들도 마찬가지 눈을 했지만, 역시 당연했다.

오히려 그 다음 한 말이 더 깼지.



"아직 하와이 안 쳤지? 일단 선전포고 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비행기 띄우라고 해. 아 도조 불러다가 오늘 안으로 이 명단에 있는 놈들 짜르라 하고."



빡빡이들은 하나 같이 쇼와가 왜 저러는지 이해 못했지만, 하나는 알아먹었다.

이번에 하는 전쟁 때는 황가가 단순한 거수기로 안 남겠다는 거지. 골치 아파지겠군... 그러나 이를 어쩌나, 자칭 전문가들보다 일반인 수준의 군사적 능력을 갖춘 쇼와가 더 상식적인 데다가 역행까지 해온 판이니.

더군다나 아무리 대본영이 실세라도 지들 스스로 내세운 반인반신이니 어느 안전이라고 설치지 말라 할까.

약간의 말싸움은 있었지만 덴노와 도조가 직접 작전의 신과 초식동물 애호가 등등을 쳐냈고, 많고 많은 빡빡이들 가운데 그나마 미국이 뭔지 알긴 아는 야마모토나 쿠리바야시가 중책으로 이끈 황군은 전쟁 중반까지 꽤나 선전했다.



"좋아 이대로 전선 유지하고 버텨서 강화를!"

"응 아니야. 이제 겨우 몸 좀 풀었어"



적당히 빡치고 적당히 당한 미국은 일본을 전성기 나치만큼 꽤 하는 놈들로 판단하고 테크트리 리미터를 해제, 유럽 격전지에 쓰던 온갖 무시무시한 물건들을 과감 없이 동원했다.

그 결과 동남아로 나간 육군은 스튜어트 거르고 처음부터 셔먼 시리즈를 만났다.

해군도 빅E를 잡건 말건 더 늘어난 고양이 떼거리 앞에 연합함대가 야금야금 뜯어먹히더니,몬타나 씨가 등판해 야마토 양의 처녀막을 관통시키고 다시 그 대물로 다른 기함들을 이하생략.

하이라이트는 안심과 신뢰의 도쿄 핫.

심지어 이오지마나 산호해 같은 상황을 몇 차례 더 겪은 끝에 더는 못 봐주겠다며 팻 맨과 리틀보이도 모자라 다른 로스 앨래모스산 인공태양을…….



"역시 무기가 문제였냐? 좀 싸울 만한 초장에 기선제압을 해부렀어야?"



트루먼이 몰락 작전 계획서에 승인 사인을 내리기 직전, 교토가 웰-던으로 잘 익었다는 소식을 들은 쇼와는 다시 담배를 꼬나물었다. 만세일계의 선택받은 혈통이 또 발동!





"저번처럼 사람은 기본적으로 쳐내고, 무기도 손 보고, 후반까지 안 가서 빠르게 강화를 하든 항복을 하든 하자."



쇼와로 보면 두 번째로 대본영에 하는 쓴 소리였지만, 빡빡이들은 아니나 다를꺼 처음 역행 때처럼 저거 병 아니냐 싶은 눈을 했다.

그러다 쓸 데 없이 입만 살은 예전 그 수행원이 괜찮냐며 묻자마자 황가 대대로 이어져내려온 짓-츠에 대본영 창밖으로 내던져졌고, 다들 평소 하던 후빨모드로 돌아왔다.

쇼와는 이제 거수기를 떠나 도조마저 제끼고 따로 전쟁을 컨트롤했다.

먼저 여러 번 겪은 황군의 문제를 고칠 수 있는 한 고치려 노오력했다.

오각볼트나 국화문양과 숙련공 징집처럼 같잖은 이유로 괜찮은 무기 병신 만드는 모든 시도들을 황명으로 막거나 바꿨다.

머본영 빡빡이들이 용두질해대는 1차 대전 교리 따위 제끼고, 할힌골 전과를 연구하며 미국 무기와 전략전술도 수단 없는 수단 다 동원해서 참조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털리는 건 매한가지였지만, 앞에 나온 셔먼 시리즈나 신형 고양이 떼거리를 만나도 답 없이 학살 당하는 참사는 피하나 싶었다.



"느낌 좋아! 꿈에 그리던 강화나 하다 못해 조건부 항복 같은 연착륙을!"

"아부라가, 나인다……."



이번 황군은 그나마 이성적으로 싸웠지만, 자원사정은 이성적이지 못했다.

제 딴에 미국한테 선방을 쳐도 중국이 소모전으로 발목 잡는 건 여전했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 패전하던 때와 비슷하게 기름과 강재와 보키와 기타 등등이 앵꼬났다. 겨우 정상 만든 황군의 무기며 전투력이 전쟁 후반 찍자마자 으아아 떨어진다……. 반면 미국은? 네에, 이제는 대공포도 모자라 함포까지 진공관 박아넣네요. 매우 감사합니다.

겨우겨우 정신 차리고 싸우던 황군이 알아서 힘 빠진 사실을 안 미군은 분기탱천하며 전쟁 결착에 열을 올렸다.

강화? 조건부 항복? 굶어서 빌빌거리는 쨉스라 잘 안 들리는데에?



"응, 말 안 해도 알고 있었어. 일본은 미국이랑 싸우면 안 된다고"



약속의 르메이 레스토랑 도쿄 스테이크 개시일, 쇼와는 머리 위의 B-29 폭격창이 열리자마자 담배를 물었다.





"하지 마! 니들이 뭘 생각했던 중국 정리하기 전까지 하지 마! 도조 짤라! 정말 미국이랑 붙을 수 밖에 없다 생각하면 최대한 시간 끌어!"



세 번째로 대본영 조지러 나간 쇼와는 맨 먼저 입도 빵끗 안 한 수행원을 집어던진 뒤, 아연실색해서 제지하려는 빡빡이들을 덴노류 고무술 필살 메치기로 연파…….



"전에 미국이랑 전쟁하면 안 된다는 애들 있었지? 전부 불러서 아예 이거나 저거나 싹 새로 시작하자."



쇼와는 도조 대신 이시와라를 불러 중국 정리에 몰빵하고, 야마모토와 이노우에를 억지로 묶어 미국에 대한 연막작전에 내세웠다.

하다 못해 동남아랑 한반도만 유지하면 미국과 전쟁 안 하고 앉아서 망해도 대동아공영권 코스프레는한다.

그렇게 생각한 쇼와였지만, 여러 차례 역행하며 미국한테 신경 쓰느라 깜빡한 부분이 있었다.

이시와라가 이유 없이 도조네한테 자리 뺏긴 놈은 아닌 지라, 동남아나 태평양 대신 관동군이 병신 같은 짓거리를 연이어 벌였다.

자연스레 관동군은 힛통하고 싸우던 스딸의 신경을 거슬렀는데, 스딸은 눈물을 머금고 관동군에 맞서 소련군 극동 병력을 유지했다.

엎친데 덮쳤는지 이상하게 앞의 연막작전이 잘 먹혀 미군은 원래 일본과 싸우려던 전력을 유럽에 몰빵, 베를린은 조기함락되며 1944년 무렵 남은 추축국은 일본 하나 밖에 없었다.



"뭐가 문제인데! 뭐가! 빨갱이 무시한 게 그리 죄냐?"

"그것도 그런데, 애초에 추축국을 왜 하셨어요?"

"어 미안"



45년 8월, 도쿄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무사했지만 진심으로 분노한 소련군이 떼삼사 웨이브를 아무르 강 아래로 박아넣자 만주와 훗카이도가 노릇노릇해졌다.

미국과 영국과 중국 또한 질 수 없다며 독일 잡고 남은 것을 모조리 아시아로 몰아 원기옥을 만들었다.

관동군? 이시와라? 이미 어디의 차량남바 모를 숙청 2호 궤도 사이사이에 박혀 있을 거다.

것도 모자라 늦기 전에 조건부 항복을 해야 한다며 나선 놈은 따로 있었으니.



"폐하, 정치를 대국적으로 하셔야죠!"

"다카히토 너마저!"



믿었던 동생이 믿었던 태평양전쟁 반대파 장교들을 업고 쿠데타에 나섰다는 전보를 들은 순간, 쇼와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음, 아무리 생각해도 첫 단추부터 잘못 낀 거지. 쇼지키 다들 한 번 망할 수 밖에 없는 거네. 데헷~★"



역행 끝에 쇼와는 진실을 깨달았다.



"역시 대본영 빡빡이들은 상종 안 하는 게 답이네. 아, 그동안 깝쳤다고 집어던져서 미안^^"

"예? 저한테 뭘요? 뭘 잘못 드셨는지?"



체념한 쇼와는 대놓고 무례를 저지르는 수행원과 마찬가지로, 역사도 그대로 내버려웠다.

도조가 미쳐서 미국 한 방 때리자며 작정하고, 이소로쿠가 좋다며 진주만 턱주가리 날리고, 미드웨이 꼬라박고, 임팔 망하고, 도쿄 구워지고, 이오지마 털리고, 에놀라 게이가 출격……. 다 집어치고 말해 황가만 무사하면 되는 거다.

그리 생각하니 처음 털릴 때보다 쇼와의 기분이 괜찮았지만, 이번 역행 때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호구 왔능가."



숙명의 1946년 저녁 지에이치큐 막부, 귀축영미 실질적 대빵 겸 만악의 근원이 쇼와 앞에 멀뚱히 나타났다.

이 선글라스 코쟁이 새끼, 내 다시 숙인 대도 일단 그 쌍판을……



"어허 표정이 안 좋수? 그 뺑뺑이 돌아놓고 아직 화낼 기력 남아부럿소?"



쇼와는 주먹을 올리다 말고 얼어붙었다.



"야 너 이 씨발, 뭐라고?"

"아따 아직 모르시것소? 그 담배 원래 누구 껀디."



아뿔싸, 뭔가 조졌다. 쇼와가 본능적으로 남은 담배를 찾았지만 곽 안은 비어 있었다.



"어허허 그따구로 정신 없이 쓰니 당연하제. 나도 소싯적 그거 펴서 재미 좀 봤는데, 이거만 못하드라 싶으요."



맥 쇼군은 낄낄대며 입에 문 콘파이프를 가리켰다.



"디스 이스 트루 아메리칸 스타일, 진득허니 오래 가서 좋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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